<전남 고흥의 팔영산 정상인 깃대봉. 왼쪽으로 나로도 일대의 섬들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해창만의 들이 보인다. 팔영산에서는 여덟개의 암릉을 넘어가는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.>
축복 같은 초가을의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. 남녘의 전남 고흥 땅을 찾은 것은 ‘조망’ 때문이었습니다. ‘쨍그랑’하고 금시라도 깨질 듯한 새파란 하늘. 흰 수건으로 뽀드득 닦아낸 듯 환히 열린 時界, 차갑고 청량한 공기…. 찾아간 곳은 해창만의 바다와 나로도를 바라보고 여덟 개의 암봉으로 솟은 팔영산이었습니다. 그 산에 올라서 바다 위 앉은 새 떼 같은 다도해의 섬들과 벼가 익어 물결치는 간척지의 광활한 논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. 간척지 너른 논의 풍요는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분노와 슬픔, 그리고 눈물겨운 가난에 뿌리를 대고 있었습니다. 소외된 이들의 눈물과 가난한 이들의 희망이 소금처럼 남아있는 곳. 중년 이상의 나이라면 누구든 건너온 시간들이 곧 눈물이었던 시절이 있었음을 알고 있을 겄입니다. 저무는 계절, 가난과 슬픔으로 바다를 막아 만든 고흥의 너른 벌판에 지금 가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.
<고흥 나로도 봉래산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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